안녕하세요. 에디터 Karen입니다. :)
오늘은 생활코딩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왔던 흥미로운 글에 대해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3월 5일, 그룹의 한 멤버 분께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입니다.
IT업계에선 학벌의 중요성이 어느정도인가요..? 전 실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데..
라는 질문을 올리셨는데요. 이에 여러 댓글들이 달렸고, 토론으로 이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 중 김준형님의 의견이 인상적이어서, 허락을 받아 OKKY 회원분들께 공유합니다.
※ 이 글은 질문에 대한 답변 및 반론에 대한 반박으로 이루어진 여러 댓글들을,
통합하여 주제별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정확한 맥락과 토론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원문 링크로 이동해 주세요.
학벌≠실력
학벌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력 없는 학벌은 0을 곱하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학벌 좋은 사람들 중에 똑똑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려는 일에서도 똑똑한가’는 시험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의사소통과 열린 사고에 적극적인가’도 대화를 해봐야합니다.
학벌이 좋다는 것은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했다는 증거지, 일을 잘한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못 됩니다.
“학벌보다 실력”을 부정하는 것은, 실무에서 많은 사람들과 폭넓은 협업을 못 해보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개개인의 특성과 재능을 살리기보다, 성공과 연봉을 위한 수단을 얻기 위한 입시 위주의 나라에서, 학벌과 실력의 괴리는 상당합니다.
제 주변의 매우 똑똑한 사람들은 높은 비율로 명문대생이지만, 나머지는 명문대생이 아니어도 같은 수준으로 똑똑합니다.
그리고 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성공과 인정을 이룬 지인들은 대부분 명문대생이 아닙니다.
“학벌보다 실력이라고 하는 사람은 학벌이 안 돼서 투덜거리는 정도”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단히 편협하고 차별적이라서 절대 가까이 두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주장을 뒤집으면,
“학벌이 안 돼서 투덜거린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
= 실력도 안 되면서 학벌부심 부리거나 명문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망이 있는 사람들
이라고 해도 할 말 없는 겁니다.
학벌이 채용에서 갖는 의미
‘학벌이 좋다’는 말이 ‘백퍼센트 합격시켜도 된다’는 아닙니다.
그래서 Google의 합격률은 약 0.2%, Coupang의 합격률은 5% 내외입니다.
세계 Top Level의 회사들이 ‘출신 학교가 우리가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과 상관이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고, 관련된 인터넷 자료와 책이 사방에 있습니다.
저는 LG전자에서 인사과와 협력하여 인터뷰어로 활동했었습니다.
CTO 연구소에 있었기 때문에, 석사 이상, 국내에서 손꼽히는 12개 내외 대학의 우수실험실 대상의 특별채용을 담당했죠.
결과는 10점 만점에 평균 4점, 합격 커트라인은 6점, 며칠 간 수십 명의 인터뷰이 중 흡족할만한 통과자는 2명.
기존의 채용 프로세스대로라면 대부분 합격해야 하는 스펙이었습니다.
출신학교 좋으면 좋죠. 저도 똑똑하고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런 ‘학벌 좋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최대의 호의는,
인터뷰 기회를 다른 사람들보다 우선해서 빨리 진행해 주는 것
시험 볼 기회가 좀 더 쉽게 주어지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똑똑할 확률이 높으니, 다른 회사에 합격하기 전에 먼저 검증해 봐야하기 때문이죠.
지금 IT의 성공하는 회사들이, 출신학교에 따른 똑똑할 확률에 기대하는 것은 딱 이 정도입니다.
학벌을 제외한 모든 기준이 같다면 저 역시 명문대를 고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력·의사소통 능력·인성 면에서 차이가 없어서, 더 이상 동료로서의 선택에 필요한 변별력 있는 기준이 없을 때뿐입니다.
학벌 채용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수백 명씩 채용하던 시기의 잔재입니다.
채용이 성장을 못 따라가니 면면을 검토해서 가려 뽑을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 많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학교를 기준으로 한 것이죠.
어차피 일손이 부족해서 평균 지능이면 시킬 일은 넘쳤었고요.
지금 IT는 수십 명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을 한 명이 해낼 수도 있고, A가 1주일 넘게 걸리는 일을 B는 반나절에 해내기도 합니다.
학교 좋은 10명 뽑아도 코딩 인터뷰 통과한 1명이 해내는 일을 꿈도 못 꿉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기에는 엉뚱한 사람 하나 잘못 뽑는 것이, 작은 회사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학벌 < 실력
학벌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회사/조직의 평가 방식이 후지다는 증거입니다.
자신 있게 평가하지 못하니 간접적인 증거에 의존하는 것이지요.
평가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들은 학벌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프로세스를 진행합니다.
Google과 같은 회사들은 최고의 인재를 뽑는 것보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실수로 한 명이라도 들어오는 사태를 막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같은 실력과 자질이라면 (학력과 학벌이 주는) 효율성과 확률적 문제에 따라 우선권을 주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기대어 실력 없는 사람을 뽑게 되면, 그것은 회사에 재앙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경력직으로 몇 번 이직을 하면, 그동안 해왔던 성과가 중요하지 학벌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경험상, IT 업계에서 내 나이·연차의 대기업 평균 연봉을 웃도는 높은 연봉을 받는 정도라면, 무조건 실력이 우선입니다.
물론 경쟁자와의 승부에서 학벌 때문에 패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그 사람과 차별화된 실력도 없고, 학창시절 그 사람보다 열심히 공부하거나 똑똑하지 못했기 때문이므로, 학벌을 탓하면 안 됩니다.
(다만, 학생 시절 생각하는 실력과 실무에서 바라보는 실력의 기준은 매우 차이가 큽니다.)
좋은 회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학벌이 보장할 방법은 없습니다.
만약 지원하시는 회사가 학벌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 절대 가면 안 되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적어도 IT에서는 말이죠…
왜 Google, Facebook, Amazon, Netflix가 학력을 블라인드 하는지…
왜 인터뷰 과정을 개선하는 데 목을 매는지…
왜 결국 합격할 사람을 다섯 번 여섯 번씩 떨어뜨리고 다시 면접을 보고 또 보는지…
왜 업계에 이름 있고 존경받는 개발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인터뷰를 보고 떨어뜨리는지…
왜 뽑은 후에 자르지를 않는지…
들여다보시기를 권합니다.
그 외 의견 (반론에 대한 반박)
뽑는 입장이시라면서…
사장이 돈 주니 사장에게 맞춰야 한다던가, 필요한 잣대가 없으니 학력과 학벌이 효율과 확률의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말씀은…
본인 사업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심각하게 의심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돈을 주는 사람이 사장이라는 마인드는 사장이 회사 구석구석을 다 볼 수 있는 작은 회사에서 맞는 얘기죠.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는 채용·평가·처우를 인사과에서 관리합니다.
그리고 인사과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인사 프로세스를 만들죠.
학력과 학벌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우선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인사과라면 노답이라는 겁니다.
물론 인사과가 아니고 사장이 그렇다면 더더욱 노답이죠.
우리는 노예가 아니고 회사를 고를 수 있습니다.
실력이 없으면 회사도 못 고르고, 학벌 좋은 사람을 실력과 성과에 상관없이 나보다 더 우대해도 할 말이 없는 겁니다.
최소한 대한민국 IT업계에서 '실력 있는 개발자'라는 부류는 없어서 채용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상황이지, 개발자가 학벌에 좌절해서 높은 급여와 좋은 처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은 절대로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