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에 글을 올리고 나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댓글 내용을 하나하나 전부 봤습니다. 도움도 됐고, 위안도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2편을 작성하기 위해 들렸습니다. 그 때 그 때 키워드를 적어 놨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글을 쓰려고 할 때 문득 떠오른 생각만 적는 것이라 부족할 수 있다는 점 고려해 주시고, 순전히 제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성하는 글이라는 점도 참고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1. 나는 누구인가?
저는 분명히 개발자로 취업 했습니다. 그렇다면 개발자가 해야 하는 업무는 무엇일까요? 또는 신입, 신입 개발자로 들어온 사람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사실 이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업무가 주어지면 되도록 그러려니 하면서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다른 프리랜서나 개발자가 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 하기가 어렵습니다.
프리랜서들은 본인이 짠 부분을 테스트 해보지도 않은 채 테스트를 요청합니다. 또 테스트 결과로 나온 오류를 그들에게 알리면 그 부분을 수정하기 싫어서 설득하려 하거나, 억지를 부리거나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담이 생기고, "본인이 짠 부분은 본인이 테스트 하는 게 기본이고, 문제가 없어 보일 때 다른 사람에게 테스트를 부탁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본인이 찾지 못한 오류를 찾아주면 감사해야 할 일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슬 짜증이 났습니다. QA로 온 게 아닌데 마치 QA 담당자처럼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신입은 실력이 부족해 테스트를 업무로 할당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을 겪으며, "어느 정도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데 제한이 없는 사람이 해당 업무를 맡는 게 수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프로젝트 참여 인원에게 공지해서 형식에 맞도록 협업 툴에 이슈를 올리도록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아무 정보도 기입하지 않고 이슈를 올리고, 저는 하루 종일 해당 툴에 접속해 여러가지 정보를 설정하고, 엑셀과 화면 설계서를 보고 누가 만드는 부분인지 파악해 이슈를 재 할당하는 일 들을 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할당한 이슈도 아닌데 개발자들은 제게 따졌고, 저는 알지도 못하는 기능에 대해 업체의 문제 제기도 받아야 했습니다.
또한 노가다 일거리만 계속해서 주어지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텍스트 고치기, 단순 수정 반복, 엑셀 등.. (코드 x)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이 해도 비슷한 속도가 나는 단순 노가다 작업이라면 코드 작성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제가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왜 이런 일만 해야 하는지 짜증이 났습니다.
2. 런 해버린 20년 차 개발자
이 분은 프리랜서로 경력이 15~20년으로 추정됩니다. 이 분은 처음부터 다른 분들 보다 유독 이상했습니다. 엄청난 자기 방어, 남 탓, 남 험담, 쓸 때 없는 이야기, 여자 이야기, 성적인 이야기, 본인 일상 이야기 등 아무 쓰잘 때기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고, 자꾸 밖으로 저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정말 싫었습니다. 한 번 나가면 한 시간 이상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거절하는 게 어려워 따라 나가서 이야기를 들은 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프로젝트 내내 이 분이 언제 일하는 지 궁금했습니다. 일주일에 3~4번을 30분~3시간 사이로 지각하고, 한 달에 몇 번은 결근을 하고, 회사에 나와서는 졸다가 밖에 나가서 한 시간 넘게 이야기 하고.. 그러면서 맨날 핀잔 듣는다고 다른 사람을 욕하더군요. 이 분은 늘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난 할 일 다했는데, 졸거나 그런 게 무슨 상관이냐, 난 할 거 다했다, 난 이것만 하면 끝난다." 프로젝트 기간 내내 늘 하던 말입니다. 저는 그러려니 했고, "그래도 일은 잘 하나 보다. 자기 일 다하고 그러면 상관 없을 수도..? "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테스트를 시작 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프리랜서가 맡은 모든 부분은 간단한 게시판부터 테스트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건드리면 오류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몇 개 테스트 하고 이슈를 올렸지만, 그 때 마다 저를 불러서 "local에서는 작업 다했다, 여기 봐라 이거 되는 거 아니냐?, 이건 이렇게 동작하는 게 맞는 거다." 실제로는 되지도 않았고, 만약 되더라도 다른 게 안됐고, 정말 되더라도 그 페이지에 다른 기능들은 테스트 안하고 딱 그 오류만 고쳐서 바로 다음 거 실행하면 오류가 터지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업체에서 테스트 하고, 그 분만 계속 피드백 받는데 "local에서는 됐다, 퍼블리싱 때문이다, 템플릿이 필요하다, 배포가 잘 안된 거 같다." 등의 핑계 대는 일만 계속 됐습니다. "간단한 게시판인데 왜 제대로 안 고치는 거지?" 라는 의문이 심하게 들었습니다. 결국 그 분은 프로젝트 끝날 시기 쯤 런 했습니다. 그 분이 짠 모든 기능은 모두 오류였고,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아예 시작도 안 한 상태였습니다. 그 분이 런 하시고, 그 똥을 다른 사람들이 떠 맡게 됐습니다. "저러고도 돈을 받을 수 있나?", "소송 안 걸리나?", "고급 이상이면 돈도 많이 받을텐데?" 등의 생각이 들었고 참 황당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께 들어보니 SI 쪽에는 빈번하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3. 뒷담이 난무하는 세계
말 그대로 뒷담이 난무하는 세계입니다. A는 메신저로 제게 B를 욕하고, B는 담배 피면서 제게 A를 욕합니다. C는 식사하면서 D를 욕합니다. E는 다른 개발자들을 욕하고, F는 개발자도 아닌데 개발자들 코드를 비난하고 폄하합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같이 욕 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지만 어느 정도 리액션은 해줘야 할 거 같고.. 예전에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박쥐 같은 사람을 싫어했었는데, 사회 생활이란 게 참 어렵습니다. 저도 3자가 보면 박쥐 같은 사람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스라이팅 하던 상사들은 뒤에서 저를 욕하고 있을테고, 저는 okky에 그분들을 비난하는 글을 씁니다.
4. 나는 흡연자인가?
저는 비 흡연자입니다. 흡연을 안 한지 조금 됐습니다. 그런데 2번에 언급했던 분을 포함해 회사 상사, 다른 프리랜서, 업체 직원 등이 흡연하는 자리에 늘 따라가야 합니다. 점심 시간, 휴식 시간, 퇴근 시간, 업무 시간 등등.. 쉴 수도 없고, 담배도 안 피는데 계속 간접 흡연 해야 하고, 시간도 아깝습니다. 거의 하루에 담배 한 갑은 같이 피는 것 같습니다. 또 남의 말을 2시간 이상 들어야 하는 거 같습니다. 가끔 일을 하러 회사에 온 건지 리액션 봇을 하러 온 건지 헷갈립니다. 얼마 전 기사에도 유사한 내용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젊은 직원 분들이 있었는데 많이 공감 됐습니다.
5. 2022 개발 환경
SI 업무 중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은 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구글링, 복붙 등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두고 개발을 하라고 합니다. 대기업, 공공 기관에서 보안 목적으로 제한을 두는 것이지만 SI가 아니면 모를만한 내용일 것 같아서 추가하게 됐습니다. 이 밖에도 개발 환경을 보장해주기 보다 불편하게 만들고 개발을 시키는 점들을 보았을 때 SI 업체 쪽에서는 개발자와 개발이란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6. 화면 단 ONLY
취업 전 여러 정보를 보며 중소기업, 특히 SI 기업에서는 프론트, 백 할 것 없이 모든 부분을 만지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지원할 때도 Java 백엔드로 지원했고, 추후에 백엔드 쪽을 더 전문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내심 백엔드 작업의 비중이 더 높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몇 개월 간 느껴본 경험으로는 프론트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바는 기억 나는 게 Controller에서 한 줄(Service), 한 줄(ServiceImpl), 한 줄(Dao) 작성한 후 XML 쿼리 작성 후 돌아 온 데이터를 Controller에서 Model에 담아 ViewResolver를 통해 리턴, 위와 방식은 동일하지만 ajax를 통해 데이터를 ModelAndView에 담아서 Json 데이터로 리턴 두 가지가 끝입니다. 물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 회사를 다닌 지 얼마 안됐다는 점, JavaScript가 Java보다 많이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해봤을 때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는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화면에서 JavaScript와 JSTL로 화면에 뿌려주고, 이벤트 걸고, 깨진 화면 고치고 이런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7. 적과의 동침
기존에 인격 모독 및 말투, 억양, 무관심 등등 여러 사유로 너무 힘들어서 퇴사를 결심하고 회사에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제 의견을 사측에 전달하고, 사측도 이를 이해했습니다. 결국 저는 퇴사할 마음이었지만, 사측에서 다른 업무지로 보내준다는 말을 믿고 여러 정황을 고려해 조금 더 다녀볼 생각으로 힘들게 하루하루 출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측에서는 몇 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고, 하루 또는 한 시간도 버티기 힘들었기에 다시 연락을 드렸습니다. 사측은 일정 조율 중이란 말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몇 일 후 퇴사 원인이었던 분이 갑자기 밥을 먹자고 불러내 관련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참 괴롭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이 상황이 왕따 당한 학생에게 가해자 일진과 대면 시키는 것,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대면 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어찌어찌 프로젝트가 얼마 남지 않아서 버텼는데, 다음 근무지도 그 사람과 같은 곳으로 정해진 것 같습니다. 사측의 입장도 있겠지만 결정을 이해하기가 너무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