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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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9 16: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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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했던 어느 30살의 신입 개발자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30살, 경제학 석사였지만 이제는 웹 개발자로 전향한 이 시대의 평범한 개발자 중 한 명입니다.

요즘 비전공자가 국비학원이나 부트캠프를 통해 개발자로 전향하는 케이스는 매우 흔한 일이지만 다소 파란만장했던 저의 20대의 경험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2011년, 2012학년도 대학수능일까지 거슬러 올라가야겠습니다.

당시 저는 남들처럼 대외활동에 논술준비에 적당히 인서울 최저등급 맞추는 정도의 여타 다를 것없는 K-문과생이였습니다. 하지만 제 현역 수능은 역대급 물수능이였고, 1교시 언어영역부터 흐름이 깨져 수능 성적을 말아먹고 교차지원으로 난생 공부해본적도 없는 공학계열로 평범한 지거국에 입학하게 됩니다.

원래 수학은 좋아했지만 과학이 정말 싫었던 저에게 공학계열로의 진학은 꿈꿔왔던 대학생활은 없었고,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입시공부의 연속이였던 것 같습니다. 첫 학기는 지금 돌이켜보면 이해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겨우 시험만 잘봐서 학점만 채웠습니다. 학문으로서의 재미도 꿈꿔왔던 캠퍼스생활도 충족하지 못한 채 결국 다음학기는 등록만 하고 현실도피성 놀러다니기에 급급했습니다.

결국 집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되었고 저는 자퇴를 한 후 제대로된 전공은 대학원에서 찾겠다는 목표로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여러 조언을 통해 1~2년사이에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23살에 경제학으로 석사과정으로 진학하게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 저는 군복무라는 걸림돌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었습니다.

20살 초반에 노는 것이 좋아 군대를 미루기도 했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군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로망과 석사 과정까지 진학하다보니 전공을 살려서 장교 특채로 금융권을 취업하자는 목표가 생겨 학사 장교로 입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군복무를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결국 석사 과정을 진행하면서 1년 반정도 준비한 끝에 공군학사장교에 최종합격하여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교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저의 20대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사유를 밝힐 수는 없으나 2012년 최초 신검을 받은 이후 그 사이에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과거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가입교 상태에서 반려처리되었고 그 이후 여러 행정상의 절차를 거치다 결국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복무하게 되었습니다. 대략 군복무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약 3~4년의 시간을 허비한 것 같습니다.

대체복무를 하면서 이전에 계획했던 제 미래는 불투명해졌고 어떤 일을 하면서 앞으로 살아야할까 생각하다 전공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다보니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체복무 기간동안에 인터넷 강의로 가볍게 시작해보았는데 배우는 영역에 대한 재미도 있었고, 나름 절박한 상황이여서 공부도 잘 되었기에 군복무를 마치고 석사과정을 마무리한 후에 오프라인 학원을 통해 CPA를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인터넷 강의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고, 저에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뒤가 없다는 생각에 빡세게 수험일정을 소화해내고자 오프라인 학원을 다녔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1시까지 공부하는 틀에 갇힌 수험생활도 몇개월 지속하다보니 익숙해질 즈음 코로나 사태가 터졌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오프라인 학원은 행정명령에 의해 전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저는 온라인으로 CPA 호흡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회계사 준비는 접은 뒤 일반적인 인문/사회계열의 취직테크트리인 자격증 + 인적성 준비를 통한 공기업/대기업 공채 시장에 뛰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몇 차례에 걸쳐 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경험 탓에 계획은 잘 세워졌어도 실천하는 데에 의지도 용기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7~8개월을 의미없이 허송세월을 보내던 와중 멀티***에서 진행하는 풀스택 개발자 과정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전공자들도 국비학원을 통해 개발자로 전향한다는 이야기는 알음알음 들어왔지만 당시까지만해도 저는 개발과는 전혀 무관한 지식을 쌓아온 사람이고, 막연하게 개발자는 체계적으로 전공 지식을 쌓은 사람들만 살아남는 그런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더 이상 기다려줄 시간은 없었고 어떻게든 취업문을 두들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해보자는 심정으로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간단한 선택의 순간이 길진 않지만 제 삶의 최대의 전환점이자 가장 잘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6개월 기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이기 때문에 긴 호흡을 소화하는 과정에 맞게 체계적이고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매일같이 새벽운동을 다니면서 체력도 기르고, 마치 그 6개월이 수험기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술약속도 가지지않고 오직 코딩공부에만 매진했습니다.

전혀 전공과 무관한 수업들과 새로운 지식들을 배우는 기간이였지만 멀지 않은 과거에 수험생활을 했던 리듬이 몸에 남아있어서 소화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고 강사님과 보조강사님을 적극 활용하여 모든 지식을 체화시키는데 전념했습니다. 생전 해보지도 않은 스터디를 주도적으로 구성하여 매일같이 진행했고, 나중에는 마음맞는 분들과 주말에도 스터디를 할 만큼 진심을 다했습니다. 개인프로젝트를 포함한 3차례 프로젝트에서는 배운 기술에 안주하지 않고 여러 API를 활용해보며 성공적으로 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렇게 과정을 마무리하고 연계된 중소기업에 세전 3200연봉으로 첫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저의 삶은 늘 그랬듯이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당초 제시받고 설명들은 포지션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업무진행과 사수없이 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기능 개선 및 유지 보수 사업을 진행하는 등 업무 프로세스도 정말 개판이였고 여러 사항을 고려해봤을 때 비전이 없다 판단하여 얼마 가지 않아 퇴사를 했습니다.

늘 그랬듯 순조롭지 않은 제 삶이였지만 앞선 경험들과는 달랐습니다. 제가 진심을 다해 공부한 영역이고 대단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성공적으로 완수를 했으며 그 아웃풋은 제 수준에서 주제넘지만 감히 최고 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이번엔 좌절감보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 2달 동안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약 150 여개 회사에 이력서를 냈고 20여 건의 면접을 통해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대단히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대기업집단에서 계열분리한 회사이기도 하고 원천기준 연봉 4200이라는 조건으로 입사하게 되어 저는 개발자로서의 전향의 첫 발걸음으로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더 이상 신입 첫연봉으로 저울질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6개월간의 국비학원에서 배운 IT지식이 저에게 현재 전부이고, 실무 경험도 거의 없다시피하지만 저는 개발자로 전향한 것에 현재 매우 만족하고있습니다. 코드를 보는 것이 재밌고,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발까지의 일련의 과정 자체가 너무 재밌습니다. 개발자로서의 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설렘도 가득하고 그런 상황입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 미래의 제 인생 역시 또 순탄치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순탄하지 않았던 경험들과 매 순간 순간 판단의 기로에서 과감하게 결단한 제 선택들이 지금 이자리까지 오게된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지 제가 이 글을 작성한 이유는 저같이 평범하지않는 길로 들어선 신입 개발자도 어딘가에 존재하니 다양한 상황속에 놓여있는 신입 개발자분들께서도 본인의 상황을 너무 비관하지마시고 함께 힘내자는 뜻에서 덤덤하게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요일, 한 주의 마무리 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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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8

  • JASSMAN
    26
    2022-07-29 16:31:52

    그동안 잘 안풀리셨지만 끊임없이 노력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취업 축하드리고 저도 얼른 취업하고 싶네요!


  • jjavaman
    12k
    2022-07-29 16:35:25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죠

    앞으로도 좋은일도 있을꺼고 나쁜일도  있을겁니다.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던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죠. 

  • ChrisJANGDev
    386
    2022-07-29 17:19:11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읽다가 매료되었습니다.
  • 아제이노
    70
    2022-07-29 17:28:54

    JASSMAN 좋은 곳에 취직하시길 기원합니다.

    jjavaman 아직까진 후회없는 선택의 연속이였던 것 같습니다.

    ChrisJANGDev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 좋은 시간 되세요.

  • 곰뭉이
    1k
    2022-07-29 17:30:29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응원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 - )

  • gugudan
    1k
    2022-07-30 00:07:36

    경제학 석사 출신 개발자 이거 참 귀하군요

  • 미르하
    43
    2022-07-31 22:06:00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잘살아보세에
    128
    2022-08-02 12:14:20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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