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면서. 아니 사람이라면 으레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세상은 논리적으로 돌아간다." 라는 생각일 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논리적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한 때 "강남 좌파" 라는 말이 쓰였던 적도 있고,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죠.
우리 모두 "적어도 나 자신"은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감정적, 감성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절차를 통해 신입으로 취업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갖춰야만 취업할 수 있겠지만,
인맥으로 쉽게 취업할 수도 있습니다.
또 경력직 중에 경력에 걸맞지 않은 실력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인간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지 않습니다.
2천년 전에 쓰인 고전은 아직도 고전이고, 역사책에 쓰인 수천년전에 일어난 일들은 지금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장수에게 다섯 가지 위험이 있다.
⋯⋯
4. 청렴결백한 자는 모욕을 당하기 마련이다."
리누스 토발즈 같이 기업에서 정말 핵심적인 인력이 될만한 실력이 아니라면 최소한 자기 방어를 위한 정치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같은 실력이라면 처세, 정치를 조금이라도 잘 하는 사람이 진급과 급여 협상에 더 유리할 겁니다.
경력이 쌓이면 언젠가는 책임자 혹은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실력은 개발 실력인가요?
물론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틀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큰 그림을 보고 DB를 설계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전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확률이 높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전산에 맞게 재정의해서 개발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중간에 번역하는 역할이 실력이 되겠죠.
그때 가서 갑자기 양 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고 부드럽게 전달하는 처세술을 익힌다라...
하루아침에 그게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코딩, 디버깅을 하며 몰입이 필요할 때에는 주변에서 건드리지 말았으면 합니다만 직장 생활을 한다면 협업을 해야만 합니다.
많은 공돌이들이 사회생활, 처세술에 익숙하지 않을겁니다. 저 또한 그렇고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세상은 논리적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프로그래밍 실력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 한명의 사람이란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