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베스트에 okky 화법이란 글이 핫하길래 숟가락 하나 얹어 봅니다. 그 글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하나는 과연 저 답들이 '일침'을 주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 한가지는 Q&A 게시판 상단에 좋은 답글이 달리는 팁이라는 글도 있지만 여전히 모호한 질문들도 많이 올라오는데, 질문자들은 본인의 질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답변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왜 질문을 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적어 봅니다.
질문을 잘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상인데, 물리학자인 리차드 파인만이 "왜 자석은 서로 밀어내느냐?"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smc7jbUPiE) 이 글의 모든 핵심은 해당 영상에 있기도 하고, 꽤나 재미있는 내용이라 한 번쯤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영상은 저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영상에서 파인만은 한가지 예로 단순한 질문이 얼마나 복잡해 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 이모가 왜 병원에 있는가?
>> 얼음에 미끄러져서 고관절이 부러졌으니까.
> 고관절이 다쳤는데 어떻게 병원에 갔는가?
>> 이모부가 병원에 연락해서 이송했으니까.
> 아내가 다쳤는데 왜 남편은 병원에 연락하는가? (인간의 사랑, 이타심 같은 인간 심리에 대한 질문이 됩니다.)
억지스럽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실생활에서 단순한 질문을 조금 파고 들어갔더니, 질문자가 진정으로 궁금해 하던건 훨씬 더 깊은 문제였음은 흔하게 일어납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흔한 오해가 "쉬운 질문을 하면 싫어한다" 입니다.
영상에서의 다른 질문을 가져와 보죠.
> 자석 사이의 힘은 뭔가요?
>> 자기력입니다.
> 그게 왜 생기죠?
>> 초등학교때 안배웠나요? 자석의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 당기죠.
이런식의 대화가 친숙하지 않나요? 여기서 문제는 쉬운 질문일까요? 영상에도 나오지만, 자기력이 뭐냐, 왜 생기냐는 질문은 결코 단순하고 쉬운 질문이 아닙니다. 문제는 서로가 상대방의 생각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쉬운 문제를 질문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질문해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몇몇 분들은 '내 질문은 정말 쉬운건데'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세상에 쉬운 질문은 결코 없습니다. 초보자가 질문을 할 떄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나는 흔한 초보자고, 내가 하는 질문은 초보자들의 흔한 질문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흔한 질문이라면 책이나 간단한 검색만 해봐도 쉽게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만족스러운 답을 찾기 매우 힘듭니다. 초보자들이 접하는 문제는 얼핏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각자 다른 부분에서 막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잘 설명하지 않고 "자기력은 왜 생겨요?" 라고 한다면, "자석은 원래 같은 극끼리 밀어냅니다." 라는 지극히 불만족스러운 답 이외에는 할 말이 없어집니다.
기술적인 질문에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백엔드를 할까요? 프론트엔드를 할까요?"
okky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질문 유형이지만,모든 질문이 다 같은게 아니고, 질문자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 자신이 느끼고 있는 점, 생각이 모두 다 다를테죠. 질문자가 더 재미있는 걸 찾는건지,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걸 찾는 건지, 더 일자리가 많은 걸 찾는 건지, 일이 편한 걸 찾는 건지, 이전에 어떤 경험이 있고, 어떤 지식이 있는지,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차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하고 필요한 기술이 뭔지 알고 있는지 질문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남은 답은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하세요" 밖에 없습니다.
해법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영상에서 파인만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질문자가 알고 있는 것, 이해하고 있는 것,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질문자가 아는 걸 기준으로 모르는 걸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질문을 할 때, 자신이 모르는 것, 알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알고, 어떻게 이해하는 지에 대해서는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물론 본인이 아는 모든 것을 적을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질문자 본인에게는 너무 당연한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놓치고 지나가는 것도 많습니다. 모든 관련된 정보를 적을 순 없지만 분명한 건 일단 뭐라도 적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인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밝혀야 문제가 해결이 됩니다. '어차피 내가 알고 있는 게 잘못되었으니 말할 필요 없겠지'라는 생각은 좋지 않습니다. 설령 완전히 잘 못 알고 있더라도 그걸 알아야 어디부터 설명을 시작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댓글이 있더군요. "몰라서 질문하니 질문을 잘 못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좀 더 아는 사람은 사고 방식도 어느 정도 유추가 되고, 설명이 적어져도 어느 부분에서 막혔는지 짐작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어도 이건 알겠지 라는 생각도 들고, 설명의 기준점을 잡기도 더 쉬워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반 지식의 문제로 치부하면 앞으로도 계속 같은 문제를 마주치게 될 겁니다. 앞으로 꾸준히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새로운 툴이 나오고, 새로운 용어가 나오게 될 겁니다. 새로운 떠오르는 분야로 이직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새로운 회사, 새로운 팀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겠죠. 진급을 하면, 다른 팀, 다른 회사, 비개발자에게 질문을 해야 할 때도 올 겁니다. 새로운 법적 문제를 논의해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회계처리, 새로운 업무 규칙을 배워야 할 때도 올겁니다. 그 때마다 다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결국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은 질문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자체를 개발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쓴 건, 얼핏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충분한 설명이 없으면 서로 간의 오해가 커져서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기 힘들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해결하려면 본질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야 하고, 그게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라는 점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에 이상한 답변, 일침이 달렸다면 단순히 상대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보단,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있는 징조임을 이해하고 어떤 설명이 부족한지 다시 생각해 보는게 더 발전적이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