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첨삭 봉사를 하면서 “연봉 XXXX만큼 받으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하냐”, “네카라쿠배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후자는 제가 뽑는게 아니다보니(…) 연봉을 어떤 기준으로 주는지를 경영학 교과서를 읽고 제 주변의 창업한 친구들에게 물어본 뒤, 세 요인으로 정리해서 공유하고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코딩 잘하는 것”과 “연봉”은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코딩은 어느 수준 이상으로만 잘하면 (심지어는 잘해질 수 있다는 기대만 있어도) 연봉에서 손해를 안보는 것일 따름으로 보입니다.
1. RoI: 투자 대비 수익
회사는 투자를 하고, 그걸로 돈을 벌려고 합니다. (재무적 관점에서는 이렇습니다) 결국 여러분이 받는 연봉은 투자이고, 회사 입장에선 그 투자금 대비 몇배를 뽑아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일을 죽도록 해도 연봉은 쥐꼬리인 것입니다.
이건 회사가 나빠서 그런게 아니라, 투자 대비 수익을 최대화 하는 것이 재무적인 회사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연봉이란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퍼포먼스가 최대화 되는 수준에서 줘야 하는 것이고, 그것보다 적은 돈을 주면 사람들이 나가거나 코드 품질이 내려갈 것이고, 많은 돈을 주면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음과 동시에 투자 대비 수익이 내려가겠죠.
이래서 신입을 뽑기 싫어합니다. 신입은 돈을 못버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합니다. 이러다 3년 있으면 나갈텐데, RoI가 매우 떨어집니다. 그래서 대기업 신입 채용 때 이 회사에서 평생 일하겠다는 식의 사람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경력의 관점에서는, 아주 명확합니다. 기대 기간 안에 이 사람의 연봉으로 원하는 돈을 뽑을 수 있냐. 이게 되면 연봉은 천정부지로 올라갑니다. 1조를 벌어다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연봉 300억을 왜 못주겠습니까. 개이득인데요.
문제는, 개발자분들이 비지니스적 고려에 전문성이 없는 공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기술만 해도 공부할게 많기 때문에, 힘들게 수련한 개발을 버리고 관리로 가는 것도 싫어하고, 코드 품질을 올리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왜 저러지 싶을 것인데, 그래도 개발하는 사람들이 생각이 있겠지 싶어 그냥 놔두는 것이겠죠. (그 와중에 좋은게 나오기도 하니…)
진짜 문제는 개발자들 중에 자기가 회사에 얼마를 벌어다 주는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왜 내 연봉이 책정이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높고 낮음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RoI 관점에서는 생각하는 해상도가 매우 낮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분야마다 너무 다른 부분이지만, 꼭 관심을 가지셔야 한다고 봅니다. 개발자로 롱런하는 사람들은 자기 연봉을 아주 잘 제시하고 근거도 가져옵니다.
2. 희소성
최근 개발자가 몸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희소성이라고 봅니다. RoI를 뽑아 먹기 전에 일단 사업이 굴러 가야하는데, 당장 키보드 칠 사람이 없습니다. 국비에서 쏟아져 나온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신입과 그들의 프로젝트를 안믿습니다. 최소한 일이 굴러갈 정도의 기본이 있는 사람이 적습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이 저자세를 취합니다. 제발 와달라고, 연봉과 스톡 옵션을 주겠다고 하면서요.
즉, 개발자 개인에 대한 RoI를 낮춰가면서 전체 회사의 RoI를 높히려고 하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입사한 개발자들에 대해 모두가 시선이 고울리가 없습니다. 모두 안곱다는 얘기가 아니라, 맘에 안드는 사람은 꼭 있다는 뜻입니다.
3. 위험 관리
이렇게 개발자가 RoI가 높은지 불확실한 상황에 입사를 해서 일정을 지키지 못하거나 코드에 책임을 못져 버리면, 회사 전체가 곤란해집니다. 기획자들의 연봉을 개발자보다 적게 주는 이유 중 하나가 기획이 성공할지 안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서인데, 거꾸로 개발자들은 최소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인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나마 연봉을 많이 줄 수 있는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입사한 개발자가 위험성이 높아보인다면… 모두가 불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서를 받을 때도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이 사람 와서 기본 수준의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려고들 합니다. 개발을 잘하는 사람들 중에 이러한 common sense와 동떨어진 사람들이 꽤나 있거든요.
4. 어쩌라고?
취업에 고민이 많으신 분들께 아래와 같은 내용을 고려해 보시라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 실력은 딱 기대한 일정을 맞춰서 기대한 RoI를 낼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미친 듯이 잘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 생각보다 비지니스적인 감각은 도움이 됩니다. 코딩을 못하는데 비지니스적인 감각만 있는 것을 싫어하는거지 (많은 경우 이러면 비지니스 감각도 없긴 하지만) 코딩 할 줄 아는 사람이 비지니스까지 알면 절대 싫어하지 않습니다.
- 개발자 문화 바깥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을 잘하고 소통을 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너무 필요합니다.
만약 회사에서 면접을 보는데, 회사의 비지니스에 진지하고 소통이 잘 되는데 프로그래밍 기술이 보더라인만 넘는다면, 정말 안뽑을 이유가 몇개 안됩니다. (아쉽게도 그런 캐릭터가 이미 있어서 겹친다던지…)
최소한 마이너스는 아니니, 코딩은 열심히 하시되 비지니스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가 받고 싶은 연봉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 그 기대를 어떻게 부응할지를 항상 생각해보세요.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