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bie3.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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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1 06: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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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의 커리어 회고


경력이 만 6년 정도로 길지는 않지만 어쩌다보니 여러 규모의 회사를 다녀봤네요.

스스로를 돌아볼겸, 이후 커리어를 생각해볼겸 정리한 사항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1. 소규모&중규모 스타트업

첫 직장은 개발자가 3명뿐인데다, 시스템의 절반은 외주에서 만들어준 그런 회사였습니다. 첫 업무부터가 외주로 만든 물건 갈아엎는거였죠.

당시에는 회사를 고를 여유가 없었기에 일단 아무 회사나 붙은곳을 들어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착취수준의 노동환경이 아니었다는 것 정도?

첫 직장은 되게 바빴습니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인데, 아는게 없어서 따로 공부도 해야했거든요.


근데 일은 많고 바빴지만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라는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시니어도 제대로 없고, 기술 스택도 python flask로 마이너한 편이었거든요.

가만히 주는 일만하면 아무것도 안될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주말 스터디와 토이프로젝트를 무작정 시작했고, 처참하게 실패했죠. 다들 스타트업 직장인이라 시간 맞추기가 힘들더라고요 ㅎㅎ. 반쯤 놀자판이 되는듯해서 그냥 때려치웠습니다.


외부 활동을 두 번정도 망하고나니, 좋은 회사는 못 가더라도 시니어가 있을만한 규모의 회사로 이직을 하는게 나을까 고민되더군요.

조막만한 경력이나마 있으니 이직 가능하지 않을까? 라면서 실제로 준비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때 회사가 외부투자를 받더니 대규모 채용을 했습니다. 어느새 개발자만 8명인 회사가 됐죠. 신입 교육이 부담이었지만 6개월쯤 지나 교육이 끝나니 여유와 함께 업무를 알아서 찾아야하는 상황이 나오더군요.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하던 스타트업의 자유로움이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자유는 생겼지만 커리어는 여전히 막막했습니다. 여전히 뭔가를 해야했죠.

그때 외부활동 대신 했던게 회사에서 했던 일을 죽어라 깊게 파는거였습니다. python flask에 직접 기여하거나 서드파티 하나 만드는 수준으로요.

자기 업무 알아서 해야하는게 이런데선 좋더군요. 업무 관련성만 상사에게 이해시키면,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이직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3년 경력과 오픈소스 기여라는 나름의 스펙이 있으니 뭐라도 되겠지라며 말이죠.



2. 첫 이직

막상 이직처를 알아보니 현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python flask는 역시 마이너더군요. 기술 스택이 달라서 우대조건은 커녕 필수조건도 못 맞출판이더라고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없는 연관성이라도 끼워맞춰야죠. 대기업들은 떨어지면 1년간은 지원도 못 한다던데 알게 뭡니까. 어차피 1년안에 거기 갈 새로운 스펙도 못 만들건데요. 어떻게든 유관한 포지션을 끌어모았고, 없으면 그냥 중고 신입으로 넣기로 했습니다.


모든곳을 한번에 지원하기엔 시간도 정신력도 부족했기에 높은 티어 회사부터 넣기로 했습니다. 한번에 2~4개씩만 진행하기로 했죠.

그렇게 처음 넣은곳이 네이버, SKT, 카카오 경력 자리였습니다. 결과는 뭐... 전부 서류에서 떨어졌죠.

코테도 못보는 현실의 높은 벽이 참 좌절스럽더군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제 스펙이 그정도인데.


그래서 눈을 좀 낮춰서 대기업 중고 신입 포지션을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하이닉스, 라인 웍스모바일 봤는데 중고 신입이라 서류는 통과하더라고요.

코테는 하이닉스가 진짜 어려웠습니다. IT 기업인 라인보다 한참 더 어려운건 이해할수가 없더군요. 덕분에 언어도 C를 써야했던 하이닉스는 코테에서 떨어졌습니다.

웍스모바일은 면접까지 통과해서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꿈만 같았죠. 신입이라도 대기업이라니... 무려 라인 자화사였으니까요.


근데 그때 저에게 들어온 오퍼가 굉장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채용 전환형 인턴으로 고용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바로 뭔지 알아봤고 3개월 인턴의 성과가 만족스러울때만 채용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전환율은 30% 가량. 고민되는 상황이었죠.

해당 오퍼는 결국 거절했습니다. 그때쯤 기존 회사에서 팀장 직책과 함께 연봉을 크게 올려줬거든요. 아직까지도 그때 가는게 맞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결정이었습니다.


대기업은 신입이라도 제 실력으로는 정상적인 오퍼를 받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중견을 노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원한게 외국계 자회사랑 중견 몇개. 여기는 무난히 합격했고, 정규직 오퍼를 받았습니다. 그중 외국계 자회사에 가게되었죠.


3. 외국계 자회사

좀 특이한 회사였습니다. 외국계 회사의 한국지사가 운영하는 해외 자회사의 한국 근무 포지션이라는 무근본 포지션이었습니다.

어쨌든 진짜 외국계 회사긴했고, 이게 엄청 좋아보였습니다. 어찌됐든 타이틀은 글로벌 규모 기업이니까 이후 커리어에 좋겠다 싶었죠.


회사 업무 방식은 엉망이었습니다. 코드리뷰는 장식이고, 일관화된 변수 네이밍 룰도 없었죠. (sangPoomDesc라는 변수명을 보고 정신을 놓을뻔 했었습니다)


뭐... 방식은 엉망이라도 업무 내용은 좋았습니다. 무려 머신러닝을 할 수 있었거든요.

회사에서 "우리도 머신러닝을 한번 해보자!"라고 하는 참에 채용됐는데, python을 메인으로 사용한데다 오픈소스 경험도 있으니 그쪽에 붙을수 있었던거죠.


다만 모두 머신러닝 초짜라서 보고 배울 사람이 없었습니다. 뭔가 하긴하는데 실력이 늘고 있긴한건가 싶더군요. 그러다가 지인찬스로 진짜 전문가와 커피타임을 가져보고 알았습니다. 이건 아니라는것을요.


타이틀과 약간의 머신러닝 경험을 살려서 어디로든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이직 10개월만에 새로운 이직처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4. 또 이직

이번에는 나름의 자신이 있었습니다. 자회사긴 하지만 타이틀은 유명 외국계였으니까요.

바로 네이버에 넣었고 바로 서류 탈락했습니다. 그럴만도 했던게 한참 인기있던 머신러닝 포지션에 넣었거든요.


그래서 카카오의 알맞은 포지션에 지원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학습 능력을 중시하는 포지션이었기에 이것저것 잡다하게 했던 저에겐 해볼만해보였죠.

결과는 합격. 이번에는 전과 달리 정규직 오퍼였습니다. 아쉬운점은 신입에 가까운 포지션이라 연봉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보고 가는건데 돈이 중요하겠습니까. 가야죠.



5. 카카오

카카오의 개발 문화는 제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코드 리뷰도 그냥 하는게 아니더군요. 자동으로 테스트도 돌리고 이것저것 뭐가 많았습니다. 제가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만 깨달았죠.


그래서 되게 열심히 따라갔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장단점을 파악하고, 리뷰 받고, 공유하고 등등

처음으로 관련 논문이라는것고 읽어보고 영어 공부도 되게 열심히 했습니다. 좋은 자료들은 영어로만 있더라고요.


시니어분들은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없다고 하는데, 잘 만들어진 시스템과 시니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럽기 짝이 없더군요. (잘 만들어진 교육 시스템이 있다는 삼성은 대체 어떨까 싶긴합니다)


그렇게 2년 약간 안되는 시간이 지났고, 팀에서 주니어 기준 1인분은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쯤되니 링크드인에서 처음으로 좋은 제안을 받아볼수 있게 되더군요. 아마존 캐나다에서 구인을 하고 있는데 지원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죠.

그 제안을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해보기로 했습니다. '안 될 것 같지만 그냥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이었죠. 이직 준비라면 이제는 익숙했으니까요.



6. 아마존 준비

그간 꾸준히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나름의 인맥을 쌓아왔지만, 아마존급의 아는 사람은 한두명이 전부더군요.

그나마 친하던 한명에게 도움을 구해서 이력서를 작성하고 지원을 했습니다. 영어권은 이력서 방식도 완전히 달라서 혼자서 했으면 꽤나 고생했을것 같습니다.


동시에 여러 준비를 했습니다. 리트코드에 가서 알고리즘 문제도 풀고, 영어 공부도 하고...

코테에 리트코드 하드가 나온다고 하는데, 너무 어려웠습니다. "아마존은 아직 나에겐 무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5년뒤는 모르는 일이니 경험삼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서류는 무사히 통과 했습니다. 이것만해도 되게 기뻤습니다. 스타트업이라도 들어가려고 고생했던 신입 시절에 비하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본 코테는 2문제 90분이었고, 역시나 한 문제는 다 풀지 못했습니다. 시간 제한 테스트케이스를 도저히 못 통과하겠더군요.


그후에 업무 관련 지식을 물어보는 테스트를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되게 체계적이었는데, 특정 상황을 주고 DB별 적합도 점수를 매기는 식이더군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Q. xxx한 분산 환경에서 어느 DB를 사용하는게 좋을지 평가해주세요.

A. mysql 1점, mongoDB 3점, cassandra 5점


의외로 코테 하나를 다 못 풀었음에도 통과시켜주더군요. 덕분에 면접도 보게되었습니다.

개발자로 살면서 영어의 필요성은 늘 느끼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크게 느낀건 처음이었습니다. 영어는 평가항목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도 정도라는게 있죠.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지만 탈탈 털렸습니다. 사실상 면접관이 다 풀어준게 아닌가 싶은 경우도 있었죠. 영어로 말하려니 쉬운 코딩 문제조차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그렇게 일주일 후 메일이 도착했고, 언제쯤 연락이 가능하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보통 북미쪽 회사는 탈락 통보를 특별히 전화로 하기 때문에 결과가 눈에 보였습니다.

떨어질거라 생각하고 지원한거였지만, 한달 가량 죽어라 준비했어서 되게 아쉽더군요.


전화를 받자 궁금한게 있냐고 물어보길래 다음 면접때 참고하고자 피드백을 달라고 했습니다.

"면접관이 준 힌트를 잘 활용했고, 특히 시스템 디자인에서 경력 관련한 경험이 잘 느껴졌다"

라는 피드백과 함께 축하한다고 해주더군요.


너무 당황해서 피드백 감사하다고 하고, 연락을 빠르게 마무리했습니다.

믿을수가 없었죠. 다시 연락이 와서 다른 사람과 착각했다고 말할것만 같았습니다. 이틀 뒤에 메일을 받고 나서야 실감이 나더군요.



7. 아마존

아직 아마존에서 정식 오퍼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절차가 좀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거라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만한 기회가 없을거라 생각하기에 어지간히 이상한 오퍼만 아니면 수락할 생각입니다.


계속 그쪽에서 일하게될지,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늘 그랬듯이 열심히 해야겠죠.



8. 이후 계획

이직 준비에 대한 부담은 많이 줄었지만, 힘든건 똑같습니다. 가능하면 한 5년정도 같은 회사를 다니고 싶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아마존에서도 카카오에서 그랬던것처럼 많은걸 배울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종 목표는 두가지 중 하나를 이루는것 입니다.

하나는 미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편안한 환경에서 일하는것입니다.


6년동안 나름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도전을 하는것이 정말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 맞나 싶더라고요.

주변 친구들 중에 결혼한 사람이 나오고, 가정을 이루는것을 보면서 커리어만 보고 달리는걸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greedy algorithm으로 살아왔습니다. 늘 순간순간 최고로 좋아보이는것을 골라왔는데 이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느낍니다.

아마 2년후쯤 위에서 말한 두가지 최종 목표중에 하나를 골라야할것 같은데, 올바른 선택을 내릴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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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1

  • 꾸깐
    278
    2022-04-11 07:24:26

    박수 칩니다!

    열정 정말 부럽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다시 마음을 잡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ivanselah
    157
    2022-04-11 07:47:17 작성 2022-04-11 07:47:30 수정됨

    월요일 아침부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응원합니다. 🤚

  • 사공즌자
    471
    2022-04-11 07:48:37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 오셨다는 게 글에서 느껴지네요. 

    길지 않은 경력에도 벌써 여러 성취를 이루셨다니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셔서 원하시는 목표를 꼭 이루시고 종종 근황 공유해주세요. 

  • 유아커플
    216
    2022-04-11 09:38:41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아마존 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부분에서 제가 합격 받은 것 마냥 짜릿했습니다.

    축하드리고, 앞으로 계속 잘풀리시길 바랍니다.

  • 팩트폭행범
    2k
    2022-04-11 09:42:31

    저도 열심히 공부하고 이직하면서 살았는데 아마존 정도는 생각 못했네여!

    기받아갑니다 

  • 프로구라무
    83
    2022-04-11 10:06:38

    좋은 글 공유 감사드립니다.

  • 카카오톡
    1k
    2022-04-11 10:13:55

    대단하시네요 

  • GoForIt
    211
    2022-04-11 11:32:27

    축하드립니다 ^^ 얼마전에 서울에서 하이어링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때 합격하셨나보네요. 제 기억에 이번 하이어링 이벤트는 ads팀에서 토론토와 뉴욕 시애틀 포지션을 뽑았던걸로 기억하는데 토론토쪽으로 가시나 보네요.

    아 참고로 미국이 목표시라면 캐나다에서 일년 일하신 후에 L1 비자를 받으셔서 미국에 있는 팀으로 옴기시면 됩니다. 인터널 트랜스퍼 매우 쉬운편이고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옴기는것은 지원해주는 매니저들 많습니다. 제 주위에서도 많은 한국분들이 저렇게 미국으로 가시더라고요.


  • 오내가젊
    1k
    2022-04-13 16:16:19
    좋은 글 공유 감사드립니다.
  • 무상사
    11
    2022-04-15 12:42:22
    축하드립니다 !!
  • 스텁
    2k
    2022-04-17 09:03:42

    대단 하시네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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