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를 돌리다, 제가 태어나서 코드를 섞어본 사람 중 제일 잘하는 프로그래머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워라밸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재밌는 것은 저도 그 프로그래머도, 이제까지 본 모든 잘하는 사람 중에 흔히 말하는 워라밸을 지키며 사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는 것입니다.
잘하는 사람들은 삶과 일이 분리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일이 곧 재미고, 노는 게 곧 코딩이고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면서 계속 일을 하고 공부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워라밸의 기준에서는 매우 꽝인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이 인생의 재미를 모르고 사느냐하면, 그런 게 아니더군요. 단지 워라밸이 하루 단위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극한의 시간 관리를 해내는 사람들인거죠. 이 사람들 중에는 취미가 마라톤인 사람도 있고, 자기 나라에서 시인으로 등단을 한 사람도 있었고, 세상에 안 가본 곳이 없는 여행 광도 있었고, 아마추어 밴드 연주자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정도의 사람이 아니고, 나는 내 일을 하기도 벅찬 데 쟤넨 뭘까, 하는 생각을 박사과정 및 커리어 내내 해왔는데요 (한국에선 이런 사람들을 거의 못봤거든요. 워커홀릭이면 워커홀릭이고, 일을 덜 하면 일을 덜 하고...), 제가 내린 결론은 "일을 적게 하는 것이 절대 워라밸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저 친구들이 오히려 10 to 5 하고 집에서 쉬는 사람들보다 훨씬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죠.
항상 이 친구들하고 얘기하면, 어떤 걸 너무 하고 싶어하고, 취향의 깊이와 범위가 넓습니다.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동력원이 많고, 커리어에 대한 잡 생각이 없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그냥 일을 할 때는 일을 하고, 쉴 때 쉬는 것이죠.
저도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고, 좋은 영향을 사회에 남기고 싶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에너지를 채울 지에 대해 배워 나가보려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okky에 이렇게 글을 쓰고 독자 분들이 읽어주시는 것들이 저에게 좋은 동력의 일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행복하시고, 하시는 일들이 잘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