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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31 23:40:34 작성 2022-01-01 00:05:38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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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성공한 비전공 국비출신 개발자의 1년 6개월간의 이야기


1년 반동안의 SI 중소기업 근무 후 이번에 B2B 물류 IT 스타트업에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비전공 국비출신 개발자로 시작해서 제 인생의 하나의 전환점에 서있는 것에 감회가 새롭고 행복해서 글 남깁니다. 아래는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의 과정, 그동안의 제 심경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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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ERP회사에서 6개월간의 웹 기획 업무 수습기간 후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 후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3일정도 입원을 할 정도로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두달간 보냈다.
이 때,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생각은 '기업에서 내 능력 중 뭘 보고 월급을 주려 할까?' 였다. 대학교를 2.5/4.5의 학점으로 졸업하고 당시엔 공부에 뜻이 없었다고 핑계를 대지만 그냥 남들 다 해야 하는 것을 난 안하고 다른것을 하지롱~ 하며 내가 특별한 사람인 양 살았던 것 같다.
웹 기획 직무도 나는 잘 할 자신이 있었지만 회사의 평가는 그렇지 않았고, 나 자신도 이 직무로 내가 20년간 일한다고 해서 신입보다 잘하리란 보장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직무를 찾아보았다.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열심히 하는 만큼 객관적인 실력(또는 돈을 더 지불할만한 가치)을 보장받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이 때 생각났던 후보는 1. 법률쪽 직업, 2. 개발자, 3. 공(군)무원 이었는데 지금 저 리스트를 다시 보니 그냥 개발자가 하고싶었던 것 같다.

내 기준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이 개발자라고 생각했다. 개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여러 경로를 찾아봤는데 당장 할 수 있는것이 국비지원 학원 등록이었고, 어떤 개발자가 되고싶은지 정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이직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네이버 핵심인재 J친구에게 상담을 받았고, 당시 국비지원 학원은 크게 AI, 웹개발, 게임개발, 빅데이터 정도로 나뉘어있었는데 난 웹개발을 택했다. 이유는 공급이 가장 많다고 생각해서..

우선 학원 6개월 해보고 나랑 잘 안맞을 경우 다른걸 해봐야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학원에서 배우는 것에 흥미를 꽤 느꼈다. 수능공부 할 때 숨마쿰라우데 수학 문제를 푸는것 같은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학원에서는 배우는 과정에서 1개의 개인 프로젝트와 1개의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다 배우고 난 후 포트폴리오용 팀 프로젝트 1개를 진행했다. 그리고 마지막 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난 바로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개발자는 보통 취업 시 기술면접을 보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간단한 내용들이었지만 그때당시엔 학원에서 배우는 것 외에 추가로 준비했어야만 대답할 수 있는 내용들을 물어봤다. 당연히 나도 면접 3번정도는 거의 아무 대답도 못할 정도였고 그렇게 대답 못한 것들 위주로 지식을 채우다 보니 4번째 면접을 본 지금 회사에 취업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인턴과정이 1개월 있었으며 다행히 당시 대표님의 결정으로 입사동기 6명이 인턴과정을 모두 마치고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

사실 여기서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앞서 언급했던 네이버 핵심인재 J친구가 내가 면접을 보러 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당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SI기업(인력을 파견보내거나 사이트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일거리를 주는 형태)이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경력 뻥튀기시키고 실력은 늘지 않고 힘들기만 한 기업들에 갈 수 있었고 그것 말고도 친구는 코딩테스트를 준비해서 IT 대기업 공채를 지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날 설득했다.
사실 친구의 말은 다 맞는 말이었는데 당시 학원을 다니면서 생활비대출을 받은 점, 취업준비를 더이상 하기 싫었던 점 때문에 일단 취업 하고 이직준비 잘 해서 연봉 올리면서 다닐게~ 하고 취업을 하게 되었다(그리고 그때 하기 싫었던 공부를 올해 11월부터 결국 하게 되었다)

취업하고 1년 동안은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서 지냈다. J친구에게는 개인적으로 계속 뭘 더 배우지? 뭘 더 해야하지? 하는 등의 진로상담을 했는데 어느날 본인이 단톡방을 하나 만들건데 거기 들어와서 매일매일 코딩테스트 연습 및 개발 공부를 하라는 제안을 해왔다. 그렇게 올해 2월부터 매일 코딩테스트 연습을 하긴 했는데, 지금 보니 8월까지만 했었던 것 같다. 별로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그러다보니 6개월간 진행한 코딩테스트 챌린지에서 통과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올해 5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의 경우 현재 대기업에서 상용 서비스중인 API서버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개발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기 전의 이력서는 아무리 지원해도 서류합격 했던 적이 없었지만 이 프로젝트의 내용을 이력서에 추가하고 난 후 올해 10월부터 넣은 이력서는 10건 중 2건 꼴로 서류 합격이 되고 코딩테스트를 보거나 간단한 전화 면접을 보기도 했다.

코딩테스트는 다행히 통과를 잘 했는데, 앞서 코딩테스트 공부를 잘 하지 않았다고 얘기했지만 경력직의 코딩테스트는 위에서 말한 테스트보다 난이도가 많이 낮았다.

그렇게 올해 10월부터 지금까지 기술면접을 본 기업은 총 7곳인데, 이중 첫 세 기업 기술면접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물어보는 개념들에 대해 제대로 대답한 경우가 거의 없었고 여기서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게 느껴졌다.
내일채움공제가 내년 9월에 종료되기에 '대충 내년 9월에 돈 받고 이직하면 되겠지~' 했는데 이대로 내년 9월이 된다고 내가 위에서 질문받았던 내용들을 알 것 같지 않았다.

다시 J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J친구는 흔쾌히 여러 인강 및 인터넷 자료를 추천해줬고(심지어 대부분은 올해 초에 이미 추천해줬던 것들이었다. 내가 보지 않았을 뿐...) 그렇게 퇴근 후 공부, 주말 공부를 두달동안 하면서 계속 새로운 이력서도 넣고 새로운 코딩테스트와 면접도 봤다.

다행히 공부를 할수록 면접에서 유창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고, 꼬리물기 질문에 막혔을 땐 면접 끝나고 그 내용부터 공부해서 채워나갔다. 결과적으로 지금 이직하려는 회사의 1차 자료구조 면접(30분), 2차 라이브코딩테스트(1시간 3문제), 3+4차 직무면접+인성면접(2시간) 을 모두 진행하고 지금은 처우협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최종면접 본 날 저녁에 바로 이메일로 최종합격 통보가 되었는데, 다음날 출근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까지 잠이 안왔다. 너무 행복했고 기대됐고 감회가 새로웠다.
신입 기준 초봉이 얼마 이상이라고 채용공고에 적혀있는 금액도 지금 연봉보다 30%이상 인상되지만, 혹여나 경력 이직이라 직전연봉 기준으로 위 내용보다 적게 인상된다고 해도 무조건 이직을 할 생각이다.
SI업계에서 그만 일하고 싶었고 자체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 이직하고 싶어 이력서도 그런 기업들에만 넣었다. 면접 때 물어본 개발 문화 또한 내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개발 문화라 매우매우매우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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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여나 읽으시며 궁금하신 것 있으시면 답변 드리겠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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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2

  • DevLala
    116
    2022-01-01 00:01:55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

  • OK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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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01 03:02:18

    소중한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2022년 되세요~!

  • kc****
    6
    2022-01-01 09:23:04
    안녕하세요! 이번에 개발자로 취업했는데 너무 실력이 부족해서 따로 공부하고싶은데 ㅜㅜ 혹시 도움이 됐던 인강이나 서적 또는 인터넷자료 추천좀 해주실수 있나요??
  • iMac 0
    1k
    2022-01-01 15:31:43
    인강은 인프런 김영한님꺼, 유데미 포프킴님꺼 였구요 본인 스택이랑 관련있는거 다 들으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포프킴님 자료구조, 알고리즘 강의가 제일 좋았습니다.
    인터넷 자료는 
    운영체제: https://aerocode.net/371?category=798030 (챕터 2~9)
    면접리스트: https://smjeon.dev/etc/interview-question/ (본인 스택 관련있는거 전부다 대답할 수 있게 공부했습니다)
    =====
    아래는 제가 북마크해놓고 자주 읽은 자료들입니다.
    JAVA8 변경사항: https://bbubbush.tistory.com/23
    JIT컴파일러: https://aboullaite.me/understanding-jit-compiler-just-in-time-compiler/
    특히 JVM 관련 자료들 많이 찾아봤습니다.
  • iMac 0
    1k
    2022-01-01 15:33:05

    뭘 해야될지 모르겠으면 구글에 2021 backend roadmap 치면 나오는 그림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보시면 됩니다.

  • kc****
    6
    2022-01-02 09:44:44
    뭘 해야될지 몰랐는데 정말감사합니다 ㅠㅠ 
  • Blue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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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03 14:50:02

    정말 용기가 되는 글입니다.

    저도 현직 si이고 올해 상반기 중에 서비스 백엔드로 이직을 준비 중이었는데 최근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금껏 몇달 간 노력했던 것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고 동시에 나이도 서른이 되어버려서 정말 우울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이 글을 보게 되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집니다.

  • iMac 0
    1k
    2022-01-03 18:45:18

    힘내세요. 열심히 하다보면 점점 실력이 느는 게 보일거에요

  • 오리쉐리
    284
    2022-01-04 09:52:01
    감사합니다!
  • 미직유
    62
    2022-01-04 22:04:15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비전공자로 개발자 취업을 꿈꾸고 있는데요 비전공자 학력이 많이 중요할까요? 학은제로 학위를 따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벽에 부딪힐까요?

  • iMac 0
    1k
    2022-01-04 22:28:23

    미직유

    학력 =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드는 요구치 라고 한다면 중요하구요

    결국 학력이 좋지 않더라도 지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본인이 유리함이 있다면 벽은 없습니다.

  • Q_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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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12 08:16:56

    되게 좋은 친구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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