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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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9 22: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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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내용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해가 안간다면: 나중에 다시 보기


오늘 스터디 시간에 수식 하나를 설명하는데, 예전엔 참 외계어 같이 들었던 얘기들을 제 입으로 설명하고 있더군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생각해보다, 어쩌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0. 공부는 심리의 문제: 익숙해지고 친해지고 가까이 가기.


제도권의 공부 (학석박) 를 마친 후 공부에 대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 공부는 다분히 지능의 문제보단 심리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는 내용이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수준의, "선택된" 사람들이 하는 정도의 공부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공부는, 특히 엔지니어링이나 IT 쪽의 공부는 "최대한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즉, 지금 하시는 공부가 하이테크이고 인류가 가본 적 없는 지식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분명히 그걸 이해 못하는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 공부할 대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이지요.


정립되지 않은 지식을 공부하는 방법은 오늘은 논외로 하고, 이미 정립이 되어 있는 지식이 익숙하지 않아 어렵게 느껴질 때,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제 생각을 써보려 합니다.


1. 공부할 대상과 친해지기


공부할 대상이 익숙하지 않으면, 공부가 하기 싫고 두렵습니다. 저도 최근에 생물학과 의학의 일부를 공부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정말 익숙치 않고 싫더군요.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이런 지식들과 친해지기로 했습니다.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일단 그 관련 책을 계속 제 주변에 두고 지나가다 한문장 정도씩을 읽습니다. 더 읽고 싶으면 더 읽고, 머리 아픈 것 같으면 안읽고요. 마치 지식과 썸을 타듯(?) 이 친구를 싫어하지 않는 선에서 접촉을 계속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단 생물학이나 의학이 아니어도, 프로그래밍도 영어도, 저는 이렇게 저를 점점 적시는(?) 방식으로 접촉을 늘려서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접촉이 늘어나면 어느 순간에는 더 많이 공부할 수 있고, 더 좋은 이해를 얻을 수 있더라고요.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건, 꼭 접촉을 늘리는 것을 추천 드리기보다는 "심리의 문제" 라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왜 이게 난 싫고 익숙하지 않지, 익숙해지려면 어떻게 해야지를 고려하는 과정도 크게 작용한다는 얘기이죠.


2. 언젠간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문제의 해결.


그렇게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토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우리에겐 시간 제약이 있죠. 시험이 있다거나, 얼른 업무에서 그 지식을 써야하거나...


저는 이런 상황에서는 공부를 딥하게 하기보다는 일단 풀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주안점을 둡니다. 시험이면 어떻게든 때려 외운다거나, 업무라면 구글링을 해서 복붙을 해오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든, 어떻게든 해결합니다.


"맨날 기초 다지라면서 넌 왜그래" 라고 물어보신다면, 기초는 항상 부족하고, 항상 다져야 합니다. 어느 순간에도 "아 난 기초가 됐어" 라고 느끼는 순간은 단언컨대 없으실 겁니다. 기초를 모두 끝내고, 공부를 모두 끝내고 뭔가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그런건 없습니다. 특히 매일매일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IT 인더스트리에는 정말 없어요.


일단 주어진 문제를 푸시고, 풀리지 않은 의문들은 계속 적어놓거나 생각하거나 뒤져보세요. 언젠간 이해할 수 있으실거고, 그때 쌓인 이해가 진짜 자기것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3. 다른 공부를 멈추지 말라. 공부한 것은 다른 것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


만약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해가 안가고 난 이게 맞지 않는 것 같다, 라고 하면 손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면 손을 놓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세요. "공부 자체가 안맞아요" 라고 하시면...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최소한 공부해본 것 중에 맘에 드는 게 있었다면 뭐든 공부해보세요. 그리고 나중에 필요할 때 돌아와서 이해 하지 못했던 공부를 다시 해보시면, 역시 언젠가는 이해하실거라고 봅니다.


저는 머리가 좋지 않아서 포인터에 대한 이해를 정말 못했습니다. 물론 어릴 떄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때 이해하고 싶어서 포인터 책까지 사서 읽고 C언어 책을 여러권 읽어도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그냥 코드를 외웠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고 Singly linked list 를 짤 수 있습니다. 솔직히 그땐 이해는 안갔지만, 시험을 볼 일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어느 샌가, 그냥 이해하게 됐습니다. 어떤 일이 뇌에서 일어 났는지 몰라도, 이런식으로 학습은 계단처럼, 어느새 갑자기 이해가 되거나 못하던걸 하게 되는 식으로 성장을 체험하게 됩니다.


4. 마치며


항상 적는 얘기지만, 어려워서 포기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분명 그 지식을 이해한 사람이 꽤 많다면, 그 지식은 어려운 지식이 아닐겁니다. 사람들 사이에 머리의 편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투입한 시간의 분포는 롱테일 분포를 따를겁니다. 즉, 대부분은 시간 투입을 충분히 하지 않고, 특정 일부는 엄청나게 시간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실력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죠.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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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5

  • 커리조아
    36
    2021-12-29 23:18:41

    항상 도움되는 말들 적으시는게

    프로그래머적인 역량을 떠나 존경스럽습니다.

    하루하루 공부할게 많은데 졸려서 마음 잡기가힘드네요

  • 후하하핫
    5k
    2021-12-29 23:23:45

    @커리조아: 항상 좋게 봐주시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AnDongGod
    44
    2021-12-30 00:34:54

    이해는 잘 되는데 기억에 안남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여야 할까요 ㅠㅠ

  • 후하하핫
    5k
    2021-12-30 00:53:37

    @AnDongGod: 꼭 외워야 하는 시험이 아닌 이상, 저는 기억에 거의 의존하지 않습니다. (기억이 나는 것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구글링 해보면 되는데요 뭐.

  • 하이열
    667
    2021-12-30 09:22:02 작성 2021-12-30 09:23:40 수정됨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코기토 에르고 숨(생각한다 고로 인간은 존재한다) 로 유명한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중에서 이 단락을 좋아합니다


    각각의 문제를 가능한 한 단순하게 나눠라 ...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나아가라 ...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만큼 검토하라


    안풀리면 커피한잔 하고 다시 와서 보세요... 환기하고 나면 안보이던 코드가 보입니다..ㅎ


  • AnDongGod
    44
    2021-12-30 09:38:48

    @후하하핫: 그렇군요.. 제가 아직 취준생이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실무에서도 구글링 하면서 코드 짜시는거죠?! 

  • 후하하핫
    5k
    2021-12-30 09:45:33

    @AnDongDo: 물론입니다 ㅎㅎ

  • 피자탕수육
    446
    2021-12-30 14:02:04
    적시는 공부법 덕분에 저따위도 대기업사원이되었습니다.
    서비스업까지는 못가겠네요. 

    하지만 10년뒤에는 서비스기업에서 일하고있고
    부동산경매도 익숙해져있을거 같아요.

    제길이 맞다는걸 되새기고 가게되었습니다.

    3번문항도 저와 거의비슷하네요.

    결국 어려운것도 잘하게되셨다니 그길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인스타에도 퍼가곗습니다. 괜찮을까요?
  • 후하하핫
    5k
    2021-12-30 14:20:09

    @피자탕수육: 넵넵, 공개된 글은 모두 퍼가셔도 됩니다.

  • OKKY
    3k
    2022-01-01 02:37:00
    해당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사는얘기에서 칼럼로 이동 되었습니다.
  • winfly
    113
    2022-01-01 02:46:31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 왕왕
    2k
    2022-01-02 00:07:14

    친숙해져라...감사합니다 힌트를 얻은 느낌이네요.

  • 오내가젊
    974
    2022-01-03 18:25:47

    공감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 안전라이딩
    1k
    2022-01-04 11:52:53

    생활코딩에서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군요.

    일단 익숙해져라.

  • 제노엔
    4
    2022-01-05 18:51:28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스크랩해놓고 다시 읽게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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