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하하핫
1k
2021-10-22 10: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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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는 수학을 잘해야 할까? (Feat. 쫄지마)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하면, 프로그래머는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 얘길 많이 듣습니다. 특히 저는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특히 수학을 못하는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컸는데요, 학부 때 수학과 복수전공도 하고, 대학원도 수학을 많이 쓰는 곳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느낀 점을 공유합니다.


1. 좋은 프로그래머 == 일 잘하는 프로그래머


사실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잘해야 한다는 얘길 듣는건 수학 뿐만이 아닙니다. 영어, 학벌, 알고리즘 등등 갖춰야 할 것이 많다고 여겨지죠. 하지만 저는 이런 종류의 “잘해야 하는 것들” 은 일종의 집단적인 컴플렉스의 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여쭤보면, 여기 10년차 넘으시고 커리어 충분히 잘 다지시는 분들 중에 저 모든걸 다 잘하시는 분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시나요?

거꾸로, 제가 솔직하게 얘기하면, 저는 그래도 박사까진 했고, 수학적 도구를 연구에 많이 쓰는 사람이다보니 저 요소들을 다 잘한다고 얘기는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제가 회사에 가서 일을 잘하는데 저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했나?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력 높으신 분들은 공감 하실텐데, 프로그래머는 직장인입니다. 직장인은 일을 잘하면 장땡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수학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고 학벌도 안좋고 알고리즘도 잘 못하는데 아주 좋은 경력 쌓으시는 분들 많이 보실겁니다.

결국 직장에서 인정 받는건 일을 얼마나 잘하냐지, 저런 기술 요소들을 얼마나 잘 다졌느냐가 아닙니다. 기술적인 역량은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일 잘하는 능력이 없으면 기술적인 역량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 드는 질문은 1) 왜 저런 낭설이 퍼졌느냐? 2) 그럼 어떻게 해야 일 잘한다는 얘길 듣냐? 일텐데요,


2. 심리적인 문제를 극복하자.


제가 고등학교 때 현업자들과 함께 스터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다같이 서버 기술을 파고 있었는데, 동시성 얘길 하면서 어셈블리어로 test-and-set 과 같은 명령어를 설명해 주셨죠.


그때 저를 비롯한 스터디 멤버들에게 어셈블리어는 미친 듯이 어려워 보였고, 설명 해주시는 분이 천재처럼 여겨 졌는데요, 놀랍게도 지금 생각해보면 저 내용은 학부 3학년 때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입니다. 즉, 학부 3학년 때 운영체제 중간고사 공부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거죠.


인간은 겁을 먹으면 뇌를 잘 못씁니다. 자기가 느끼기에 “아 졸라 어렵다…” 싶으면 마음의 문을 닫고 “그래 난 천재가 아니니까 / 난 영어를 못하니까 / 난 수학을 못하니까 / 기본기가 없으니까 이해를 못하는거야.” 라는 판단을 해버립니다. 그래서 아주 쉬운 설명인데도 불구하고 익숙하지 않으면 공부가 어려워지죠.


이건 다분히 심리적인 문제입니다. 제가 박사과정을 하면서 배운게 있다면, 대부분의 현업에서 “어렵다” 라고 말하는 것들은 학부 수준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쉽거나 비슷하다는 겁니다. 그냥 껍데기가 복잡하게 싸여있고, 그 기술이 나온 맥락을 모르면 뜬금없게 여겨지는게 많은 것 뿐이죠.


즉, 만약에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게 있다면, 본인이 부족한건 머리나 기초가 아니라 그냥 그 주제에 대한 익숙함일 확률이 높습니다. 자신을 탓하지 마시고, 설명을 해줄 좋은 멘토를 찾거나, 그 기술의 역사에 대해서 검색하면서 공부해 보세요. 이게 왜 나왔는지를 파악하면, 그 당시에는 아주 작은 개념이나 코드였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걸 몇십년동안 디벨롭 하다보니 비대하게 커지게 되는거구요.


정리하면, 쫄지 마세요.


3. 어떻게 해야 일을 잘하냐?


충분한 지식을 (잘 쫄지 않고) 얻었다고 치고, 어떻게 일을 잘하냐, 라는 문제는… 쉽지 않습니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기준들이 있으니까요.


확실한건 조직 마다 원하는 목표와 그에 따른 인재상이 있고, 그곳에서 벗어나면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겁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상관 없이요. 대기업에서 보고를 위한 보고가 많은데, 그 보고를 잘하는 것도 큰 능력입니다. 코딩을 못해도 보고를 잘하면 좋은 인재가 될 수 있고, 거꾸로 테크 기반 회사에 가서 기술적 기여를 못하면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키는 “내가 어떤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파악” 하고, “잘 맞는 곳이 어디인지를 찾는” 문제를 푸는게 됩니다.


그렇게 자기를 파악하시고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에 가세요. (이게 제일 쉽습니다) 혹은 자기가 있는 곳에 자기가 적응을 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자기가 거기에 맞냐를 파악하는건 쉽진 않지만, 저의 경우에는 학부 때 인턴십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웠던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선 저보다 경력이 많으신 분들이 좋은 팁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4. 내가 본 일 잘하는 사람들의 특성?


마지막으로 좀 꼰대(?)스러운 대목이긴 하지만, 제가 본 일 잘하는 모든 분들은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첫 번째로, 아랫 사람에게 배울 줄 압니다.

박사과정을 하면 느끼는게, 자기 분야는 세계에서 자기가 제일 잘 알게 되어야 박사를 받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지도교수도 내 분야는 나만큼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 발전이 없는 지도교수는 자존심 때문에 아는척을 하면서 학생에게 배우지 않지만, 저희 교수 같은 경우에는 저에게 세미나도 부탁하고, 궁금한거 메일이나 만날 때마다 물어보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으시는거죠.

어느 정도 이상의 프로페셔널이 되면, “내가 뭘 알고 있냐” 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모르는건 배우면 되니까요. 그래서 “모르는걸 부끄러워 하지 말라” 는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부끄러워 하지 마시고, 자기가 배워야 하는건 후배건 선배건 동기건 미안해 하지 마시고 다 물어보고 배우세요. 지금 질문 받아서 짜증나는건 나중에 내가 더 잘되면 오히려 고마워합니다.


두 번째로,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씁니다.

저희 지도교수를 보면… 이 사람은 삶이 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을 씁니다. 제가 한국에 잠깐 와서 일을 할 때도 이 사람이 미국 시간대에 있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메일 왔다갔다가 되구요. (저는 이정도까진 싫지만…)

사람들이 머리가 다 비슷하단 얘길 하죠. 어쩔 수 없이 잘하려면 시간을 많이 써야 합니다. “효율적으로 일하면 되지 않냐” 는 얘길 하지만, 그 머리 좋은 사람들도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시간을 많이 씁니다. 그러니까 잘하겠죠.


시간을 효율적으로 어떻게 쓰냐…는 아직 제가 짬이 안되어서 얘기할게 없는 것 같고, 어떻게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쓰냐는 확실히 압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프로젝트의 목표와 비전이 자신과 일치하고, 내가 그걸 위해 기여하는 방법이 즐거우면 남들이 말려도 일을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신입분들에게 초봉을 얼마 받냐를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일을 하라고 얘기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초봉이 낮아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모든걸 바쳐서 일하지 않기 때문에, 연차가 높아질수록 실력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지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실력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금전적으로도 보상을 받습니다. 삶도 행복하구요.


즉, 요약하면,

1) 쫄지 말고 공부하자.

2) 다양한 사람들에게 배우자.

3)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자.

입니다.


오늘은 좀 꼰대 같은 얘길 했는데요, 최대한 안그렇게 해보려고 노력은 해봤으니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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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23

  • 죠죠6
    362
    2021-10-22 10:42:54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후하하핫
    1k
    2021-10-22 10:55:47

    @윌리양:

    먼저 팩트체크가 필요합니다. 저는 수학 못하지만 연봉 1억 넘은 개발자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한국에서도요) 한 때 N사 20% 이상이 연봉 1억을 넘게 받고 다녔고요. 아마 지금은 비율이 더 올라갔을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는 수학을 잘하는 것처럼 느끼시겠지만 (수학에 자신감이 없으신 분들이 느끼기에는 더 그렇겠죠), 소위 수학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바라보기엔 그냥 수식을 읽을 줄 알거나 논리적 사고력이 있는 정도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많은 경우 그 이상 잘할 필요도 없고요. 심지어 언급 드린 저분들은 그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았고요. (사실 백엔드 하는데 수학을 잘할 필요는 없죠...)

    또한 거꾸로, 수학 잘하는데 연봉 1억 안되시는 분들도 전 많이 봤습니다. 말그대로 수학을 잘한다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가 없습니다. 연봉은 실력에 주는게 아니라 책임에 주는건데, 수학 잘하는걸론 책임 질 수 있는 범위가 한계가 있거든요.

  • monotonicity
    229
    2021-10-22 10:56:10

    수학이 필요한 분야가 있고 불필요한 분야가 있는거죠. 수학이 필요한 분야를 하고 싶으면 수학을 잘해야 할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굳이 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후하하핫
    1k
    2021-10-22 11:35:56

    @윌리양: 말씀하시는 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볼 땐 그냥 주변에 네카라쿠배 다니시고 수학 잘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으셔서 일종의 환상을 가지시고 계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1. N사의 가장 큰 고민은 좋은 인재가 없다는겁니다. 몇명 뽑겠다고 목표 걸어놔도 기본이 된 신입 지원자가 많지 않습니다. N사 가서 보시면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냥 가는 법을 아는 사람들인거죠.

    2. 제 주변에 잘하는 한국 대학 출신들이 N사를 제일 선호하는 것도 아닙니다. 탑클래스는 해외로 가고, 한국에도 Google Korea, Qualcomm Korea, 갈 회사들이 많습니다.

    3. 가장 큰 핵심은, 저 사람들이 수학을 잘하는게 아니라는겁니다. 대부분은요. 고등학교 때 수학 잘하는건 그냥 문제 많이 풀면 되는거고, 진짜 사고력과 논리는 더 빡센 담금질로 길러집니다.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여기에 써놓았는데 (https://okky.kr/article/1074655), 이대로 해서 네카라쿠배 못가면 제가 어떻게든 갈 수 있게 도와주겠습니다.

    4. 게임업계 30%가 서울대라고 하셨는데, 과연 따져보면 정말 그럴까요? 이사진으로 가면 그럴 수 있겠으나, 제가 아는 분위기는 SKP에서 게임회사 가면 이단아 취급입니다. 애초에 SKP에서 학부만 졸업하고 취직 하는 경우가, 특히 카이스트의 경우에는 거의 없습니다. 또한 유명 게임사 신입들 보면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도 많지만 아닌 사람들도 많습니다. 학벌을 어떻게 극복하냐에 대해선 https://okky.kr/article/1077738 이 글을 참고하세요.

    5. 포털 SKY 천국이라는 것도 검증해 보시면 아닐겁니다. 그렇게 말하기엔 제가 나온 학부도 SKY가 아닌데 네카라쿠배 많습니다.

    6. 저 80% 역시 어떤 통계인지 잘 모르겠는데, 저 사람들 다 컴공 나온 사람들 부러워합니다. 수학보단 프로그래밍 잘하고 싶어할거에요. 수학은 잘해봤자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정 분야 제외)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실 이 글의 취지와도 같은데, 실제 존재하지 않는 환상 때문에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다 따져보고 그 회사 간 사람들 물어보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결이 다른 사람들은 굳이 저런 대기업 갈 필요가 없습니다. 창업하면 되고 해외에 가면 연봉이 5-10배를 받을 수 있는데요.

  • MKRO
    608
    2021-10-22 11:36:32

    공감합니다만 기초적인 수학 능력은 정말 필요하죠 ㅎㅎ 

    그리고 저희 생각보다도 훨씬 기초적인 수학 능력이 부족하신 분들 많습니다.. ㅠ

    프로그래머는 수학을 잘해야하나요? 이 질문은 아마 그런 분들을 위한 질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학 못하지만 연봉 1억 넘은 개발자' 분들은 수학적인 능력이 없는 분들이 보기엔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이겠죠

  • 후하하핫
    1k
    2021-10-22 11:38:58

    @MKRO: 제가 느끼기엔 "사고력" 이라는 말을 "수학" 이라는 외피를 씌워서 생각하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수학 아예 안쓰는 백엔드 엔지니어의 경우 사칙연산 + 경우의 수 따지기 말고 수학적 지식으로 필요하거나 수련이 필요한건 아니거든요.

    사고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건, 있지도 않은 가상의 먼치킨을 가정해서 자신의 가능성을 꺾는 것을 조심하자는 얘기였습니다.

  • 러셀웨스트브륙
    1k
    2021-10-22 11:41:44

    정보나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배우는 것 같습니다. ^^
    누구보다 제게 의미가 있는 내용이라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프로젝트의 목표와 비전이 자신과 일치하고, 내가 그걸 위해 기여하는 방법이 즐겁" 이 부분이 지금 저의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본다면 미래가 점점 더 불확실하게 되는 거죠. 회사가 아닌,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혹시 제가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요?

  • 후하하핫
    1k
    2021-10-22 11:48:17

    @러셀웨스트브륙: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상황을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길게 보시길 권합니다.


    현실적으로 미래가 불확실하게 보이신다고 말씀 하셨는데, 그건 좋은 커리어를 가지신 분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의 성공 방정식은 (워낙 미래가 예측 가능했다보니) 미래가 훤한 방식으로 알려진 성공 가도를 밟아가는 것이었지만, 지금 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내가 성공적으로 산다고 해서 미래가 확실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건, 한국에는 좋은 프로그래머가 많지 않습니다. okky에는 더 나은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으신 분들이 모이시지만, 대부분은 더 나은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하지도 않으시죠. 최소한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고, 해온 프로젝트가 성공적이면,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계실진 몰라도 좋은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https://okky.kr/article/1074655 여기 댓글에도 달았듯, 네트워킹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세요. 좋은 사람들 안에 있어야 좋은 생각과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상황 파악이 어려워서 좀 추상적으로 답을 달았는데, 더 자세한 상황을 알려주시면 저도 더 자세히 답을 드리려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 항상청춘
    335
    2021-10-22 11:52:27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네요 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후하하핫
    1k
    2021-10-22 12:06:13 작성 2021-10-22 12:08:20 수정됨

    @윌리양:

    1. 수학을 잘한다는게 어떤 걸 의미하시나요? 이 기준에 대한 시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기준으로 수리 1등급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수리 1등급 맞고 대학 와서 eigenvalue problem이 뭔지 이해 못하는 애들 도처에 깔렸는데... 이정도도 이해를 못하면 수학을 써먹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수능은 정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거지만, 실제 수학으로 돈을 벌려면 정답이 없는 문제를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풀 줄 알아야 합니다. 이 간극의 차이가 크니까 이걸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가는거구요.


    2. 다섯명의 케이스로 다 SKY가 지배한다고 얘기 하긴 좀 애매하지 않을까요? ㅎㅎ


    고졸, 지방대,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학교 출신으로 잘하고 있는 개발자가 제 주변엔 너무 너무나 많습니다.

    제가 말씀 드린대로, 좋은 학교를 안나와도 좋은 회사에 갈 수 있는 이유는, 진짜 뽑을 개발자가 없습니다. 그나마 좋은 학교 출신들은 학부 때 교수도 갈구고 친구들도 잘하니까 반이라도 따라가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서 나오는데, 평범한 컴공생 붙잡고 C로 memory leak 안나게 singly linked list 짜봐라, 라고 하면 제대로 못짜는 사람 꽤 많습니다.


    3. 참고로 저도 한국에서 학부 나왔고, 박사만 미국에서 한 케이스입니다.

    대학교 갓 졸업하고 해외가는 사람 중에 금수저 말고 거의 없다고 하셨는데, 역시 제 주변에 너무 너무 많습니다. 저도 금수저가 아니었고 (대학 들어가서부터 부모님께 한푼도 안받음), 특히 박사과정으로 유학가면 학비 안내고 월급 받고 다니거든요. 돈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여름 방학 인턴 한번 하고 오면 몇천씩 받는데요.


    이상한 말씀을 하신다고 하는데, 말씀하신 이상한 상황(?)이 제 주변은 다 그렇습니다. 네카라쿠배 간 사람들 제일 큰 고민이 한국에서 이직할 회사가 없다는거구요, 스타트업에서 돈 땡겨줄거 기대하고 가거나 해외 많이 나갑니다.


    4. 지금도 N 게임사 SKY만 채용 설명회 도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 다른 학교는 채용 설명회 안가도 지원하니까요. 그게 SKY만 뽑는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SKY 애들이 지원좀 해줬으면 해서 도는겁니다.


    5. 배민 리드개발자분이 어떤 주장을 하셨는지를 명확하게 써주시면 저도 제 생각 써보겠습니다.


    6. 결론적으로, 주장하신건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건데, 제 입장에선 그 주장이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제가 말씀 드린 eigenvalue problem이니 spectral theorem 이니 하는 것들은 그냥 전자과 2학년 때 전공 과목에서 배우는, 천재들이 하는 수학이 아닌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수학인데, 이걸 할줄 아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그 결과가 뭐냐하면, 많은 데이터 엔지니어들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옮기는걸 어려워합니다. (이건 네카라쿠배 다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가는 기초적인 수학, 선형대수, 통계, 다변수미적분을 못하거든요. 선형대수 통계는 대학교 2학년 과목이고 다변수미적분은 1학년 과목입니다. 이 과목들을 아는게 수학을 잘한다는거라면 할말은 없고요.

  • 후하하핫
    1k
    2021-10-22 12:23:40 작성 2021-10-22 12:27:03 수정됨

    @윌리양: 저는 두가지를 반박합니다.


    1. “근데 수학 잘하는데 연봉 1억 못 넘기는 개발자는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수학 잘하는데 1억 못넘기는 개발자 많습니다. 팩트 체크를 해야 한다는 부분은 이 부분이구요.

    2. “ 저는 수학 못하지만 연봉 1억 넘는 개발자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 이건 팩트가 아니고 제 주장입니다.

    3. 아까는 왜 연봉 1억 이상이 5%였는데 0.5%로 10배나 적어졌나요? ㅎㅎ

    4.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10402500226 네이버 카카오 평균 연봉 1억 넘습니다. 제 주변에 네카라쿠배 다니는 개발자들 흔하고, 토스 당근마켓 같은 곳까지 합치면 연봉 1억 넘는 사람은 제 주변에 많습니다.

    5. 저는 수학 끝판왕이라 해주시니 기분 좋아서 그렇다고 쳐도, 제 주변에 좋은 회사 다니면서 수학 못하는 애들 겁나 많이 봤고, 사실 전 컴공 학부 졸업했다고 하면 수학은 못하려니 싶습니다. (SKY를 나왔던 SKP를 나왔던…) 포텐은 있을지 몰라도 쓸만한 수학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6. 수학을 쓰는 직장을 가면 연봉 올라가는 속도 빠른 건 맞습니다. 근데 수학을 못해도 연봉 잘 받을 수 있어요.

  • fender
    24k
    2021-10-22 12:26:40 작성 2021-10-22 12:36:59 수정됨

    저도 공감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대략 우리나라의 양산형 개발 환경과 맞물려서, 현업에서 벽을 느끼거나 반대로 단순 개발에 회의를 느끼는 개발자들이 심오하고 근간이 되는 무언가를 배웠으면 제대로 된 개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동경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개발자는 일 잘하면 장땡"이라는 내용은 조금 이견이 있습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길어질테니 굳이 부연하진 않겠습니다.

    정리하면, 제가 느끼기에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개발도 잘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아마 고등학교 때 물리 시험 점수를 따져도 높은 상관 관계가 보일 것 같은데, 그렇다고 개발을 잘하려면 물리부터 배우라는 이야기는 안 하겠죠.

    비슷한 종류의 능력 - 예를들면 논리적 사고력 - 이 요구되는 분야의 성취도에 있어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과 그 중 어느 하나가 다른 분야의 '근본'이나 필수조건이 된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쉽게 말해 축구 잘하는 사람이 운동신경이 부족한 사람보다 야구도 잘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야구를 잘하려면 축구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말이 성립하진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프로그래밍 언어와 수학은 그보다야 훨씬 밀접한 관계이긴 합니다만, 그 밀접함의 정도는 분야 별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반화해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리고 보통 수학이 중요한 개발 분야에 있어서 수학 지식은 개발의 기본이라기 보다는 도메인 지식에 가깝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함수형 언어를 수학적으로 공부하는 정도일 것 같은데, 솔직히 "개발을 하려면 수학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그런 걸 의미했을 것 같진 않습니다.

  • Gravityyyyy
    66
    2021-10-22 12:32:58

    수학의 논리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후하하핫
    1k
    2021-10-22 12:39:04

    @fender: 제 중언부언을 아주 잘 요약해 주신 것 같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 마샤와곰
    437
    2021-10-22 12:49:52

    "첫 번째로, 아랫 사람에게 배울 줄 압니다."

    이 말 참 멋지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jw_891
    973
    2021-10-22 12:50:04
    주변에 일 잘하는 사람들보면 일을 맡았을 때 그 일에서 자기가 써야하는 기술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될지 추론하는 능력이 좋은 것 같아요. 
  • 그래안그래
    1k
    2021-10-22 12:58:23

    이토론 재있네 와드

  • 머신러닝
    1k
    2021-10-22 14:48:14

    음... 

    일단 이 부분은 공감이 됩니다.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공감이 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마음 공부를 더 해보려고 하지요..


    글쓴이 분의 의도는 알겠으나 사람은 심리적인 것에 영향을 많이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깨가 좁혀진 사람에게... 야 좀 자신감을 가져 임마! 아무리 말해도 자신감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머리가 180도 정도 돌아간 사람일 것입니다...

    자신감은 보통 많은 성공을 경험한 사람이 가지게 됩니다...

    과거의 경험에 기반하여 자신만만해 진다는 것입니다... 


    쫄지마라고 하셔도 쫄 수밖에 없고요...

    상대방의 학벌이 나보다 많이 좋으면 한수 두수 처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과 함께 일을 많이 하면서 정말로 아 이들도 일반 사람과 다를바 없구나를

    경험해야 쫄지 않게 된다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오히려 도전하라고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네요...

    좋은 경험을 많이 해야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국내라도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탑 회사에 들어가면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기 자신 계발을 소홀히 하지 않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볼 수 있고요, 그분들과 함께 일하며 대화하며 그들의 사고 방식을 익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삶이 바뀌는 거죠...

    경험해 보지 못하면 절대 모릅니다...


    그래서 노력해서 전 좋은 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학교든.

    당신이 성공하려면 말이죠..


  • dhjhi
    192
    2021-10-22 16:35:41

    주제를 너무 크게 잡아 놓고 아무말 잔치하고있는 느낌임.

    상황에 따라서 수학이 필요할 수도, 없을 수도 있고 혼자 앱 개발해서 돈 잘 버는 사람 수두룩함. 아무말 대잔치

  • Ttttt
    7
    2021-10-24 01:17:30

    일 잘하는것과 좋은 프로그래머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 스냅스냅
    20
    2021-10-24 15:10:25

    엄청 열심히 사셨네요. 


    고등학교때부터 프로그래밍 스터디라니 대단합니다. 

  • 티르
    12
    2021-10-26 06:50:44

    뭔가 수학을 손놓아서 항상 가슴 한켠에 강박증처럼 아 수학을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남아있었는데 조금이라도 덜었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 코딩을지켜츄
    1k
    2021-10-28 09:55:54

    글좋네요 ㅎㅎㅎㅎㅎㅎ 공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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