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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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5 10:59: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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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 맵싹! 양파의 개발 이야기 - 기계학습은 옳은가


기계학습은 옳은가


과학의 도덕성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친구가 있었다. 아 정말 과학에 얼마나 재미있는게 많은데 하필이면 고루한 도덕성이냐 생각했던 게 십 년 전인데, 지금 와서 나도 비슷한 고민하고 있다.


기계학습은 옳은가? 아니, 거기까지 가기 전에 정보 공개부터 얘기해보자.



자, 생각해보자. 매달 의료보험으로 2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받고 그 내용을 제출하면, 불리한 내용이 있더라도 반 값으로 깎아준다고 하면?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 없을 것 같…지만.


유전자 테스트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고 “결과 첨부하면 디스카운트” 시작하면 그 때부터 끝의 시작이다. “암 유전자 없는 사람들을 위한 초저가 보험” 상품이 나올 수 있고, 저위험군 사람들이 그 쪽으로 몰려간다면 암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의 보험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이런 건 어떤가? 몸에 나노 로봇을 심어서,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로봇이 자동으로 업로드하게 하면 건강보험료 90% 할인. 특히 영국 같이 국가가 의료 시스템을 통째로 관리하는 곳에서는 군침 흘릴 만하다. 리얼 생활 데이터가 쏟아져 들어오면 위험 관리도 훨씬 쉽고, 문제가 되기 전에 대책 세우기도 쉽기 때문이다. (“오늘 술 좀 많이 드셨네요!? 운동은 덜 하시고 몸무게는 늘었으니, 다음 주 의사를 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등등).


그 정도까지는 안 가더라도, 수퍼마켓이나 크레디트 카드 사용 내역을 오픈하는 댓가로 보험료를 할인 받고 포인트를 받거나 이자율 혜택 보는 건? 건강음식 많이 사면 더 할인. 정크 푸드 외식하면 할인 취소. 안전하다는 곳에 살고 위험한 곳에 잘 안 가면 차 보험비 할인. 주행 기록도 오픈하면 중고차 팔때 훨씬 이득.



광고 쪽으로 보면 - 소비 데이터가 있을 경우 술 잘 마시는 사람은 술 관련 쿠폰이나 스페셜이 타겟 마케팅으로 들어오고, 아이 있는 사람은 아이 관련 마케팅을 받게 되겠다. 광고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꿈이다. 쓸데없는 사람들에게 돈 낭비 안하고, 실제 소비자한테 곧바로 타겟 마케팅 들어갈 수 있잖소.


이런 식으로 정보를 다 공개하는 이들에게 엄청난 금전적인 이득을 주면 오픈하지 않는 사람이 손해볼 수 밖에 없다.



다음은 기계학습. 당신의 페이스북 정보와 그 외 SNS 정보를 통해서 광고주들은 1초 내에 당신의 성향, 재정상태, 친구들 그룹 등등을 쭉 뽑을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이나 빙에서는 다른 아무런 개인 정보 없이 검색 단어 만으로도 성별, 위치, 정치 성향 정도 뭐 등등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아니면 안면 인식을 보자. 지나가는 여자들의 얼굴을 분석해서 나이와 노화도를 측정해서 “강남 연세 성형외과! 믿고 하는 실리프팅 할인 행사 진행중입니다! (니 구좌 보니 한 백만원 정도는 쓸 수 있겠으니) 3백만원 코스를 백만원에 해드립니다!” 이런 건?


사람의 판단력이나 노하우보다 몇백배, 몇천배로 정확한 기계학습의 예측이 나의 모든 약점을 공략하여 최대한 돈을 뽑아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당신의 이득으로 포장시킬 수 있다면?

‘(니 돈 쓰는 스타일과 친구 수준 확인하면 재정상태 예측 가능하니) 구좌 사용 내역 오픈하시고 친구 리스트 주시면 이자율 조절해 드립니다!’,

‘페북에서 친구들과의 대화 오픈하시면 저희 매장에서 50% 깎아드립니다!’,

‘다른 곳에서라도 장을 보신 데이터 오픈하시면 이마트에서 10%, 홈플에서 12% 깎아드립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내놓고 데이터 달라고 안 한다.

‘페북으로 로긴하시면 12% 깎아드릴 수 있는데 하실래요?’

‘지금 쓰신 카드로 연계하시면 50% DC 해드려요’

뭐 이 정도로 말 할거고, 약관 읽기 귀찮아진 사람들은 아 알았어요 깎아줘요 하겠지.


어릴 때, 하나님은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을 다 보고 계셔라는 설교 자주 들었는데, 요즘이 딱 그런 세상으로 가고 있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측량되고, 전세계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에 비교되어 예측될 수 있다.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몰랐을지라도 기계학습은 찾아다 준다. 어느 정도의 정보 개방이 이루어지면 그 때부터는 개방 안 하는 이들도 너무 손해를 봐서 안 할 수가 없다. 재정 오픈하면 상환 이자율 3% 올려준다는데, 거절할 건가? 페북 피드만 한 번 훑게 해주면 20% 평생 깎아준다는데, 안 할 건가?


뭐 그러다 보면 게임 오버. 보험이란게 원래 단체적으로 위험을 관리하자는게 포인트인데 위험 요소 높은 사람을 콱 찍을 수 있다면 부담이 훨씬 높아진다. 잘 나갈 사람은 알아서 판단해서 온갖 혜택 주고 보험은 깎아주고, 아플 것 같거나 별로 돈 안 될 거 같은 사람한테는 보험 페널티 와방 먹이고 그 외 혜택도 확 줄임으로서 빈익빈 부익부는 훨씬 심해질 거라는게 내 예상…. 이 아니라 이거 바탕으로 공상과학 스토리 쓰다가 포기했음.




by Yangpa : https://www.facebook.com/londonyangpa/posts/176774986684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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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5

  • 카라
    1k
    2016-11-25 14:15:56.0

    너무 많은 자유(정보의 공개)는 되려 구속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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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igoon3
    70
    2016-11-28 21:17:25.0


    지옥문이 열리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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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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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29 12:37:39.0 작성 2016-11-29 12:38:59.0 수정됨

    영화 아일랜드에 한장면으로 기억하는데

    주인공이 화장실에서 소변을보면 그자리에서 바로 건강 체크를해서 무슨 수치가 높으니 고기를 줄이고 채식하세요 라고 알려주는 씬이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런게 일상화되면 정말 편하겠구나 싶은 한편으로 본글에서 언급했듯이 저런 정보가 나만 알게되는것이 아니라면 그건또 끔찍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던적이 있습니다.

    글솜씨가 없어 잘은 표현못하겠지만 좋던 싫던 자연스레 본문과 관련된 것들이  일상화 될거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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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ve_Drink_Develope
    1k
    2016-12-02 11:36:56.0

    Welcome to 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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